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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19) [휴먼n스토리] 시골 면장이 수만건 문자메시지 날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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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19.09.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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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홍보맨' 김정섭 곡성군 옥과면장…명절마다 지역 농산물 홍보
곡성 농산물 알리는 김정섭 옥과면장 [곡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곡성=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곡성군이 고향이거나, 곡성과 작은 인연이라도 맺은 이들에게는 명절이 다가오면 문자 한 통이 어김없이 날아온다.
명절 인사와 함께 고향의 정겨운 소식이 적힌 문자 메시지 말미에는 곡성에서 생산되는 사과, 멜론, 아로니아 등 농산물 판매 정보가 빼곡히 적혀있다.
홍보성 문자로 그냥 지나치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시간을 내 문자메시지를 꼼꼼하게 읽어내려가다 보면 보낸 이가 새삼스럽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 인물은 김정섭(58) 곡성군 옥과면장이다.
그가 곡성 농산물을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곡성군 서울사무소에서 5년여를 근무하고 입면 면장으로 곡성에 되돌아온 2017년부터다.
면장으로 발령받고 지역 마을을 돌다가 명절을 앞두고도 판매처를 찾지 못해 선별장에 가득 쌓인 사과 상자를 보고 몇몇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과를 사겠다는 향우들이 적지 않았고 곡성 고향을 걱정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김 면장은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판매처를 찾지 못해 헐값에 자식 같은 농산물을 처분하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맘을 먹었다.
수십 년 동안의 공직생활과 군의 서울사무소에 맺은 향우들의 명함을 펼쳐 하나하나 휴대전화에 등록한 6천여건의 전화번호부가 자산이 됐다.
이 중 지역 거주자를 뺀 5천여명에게 해마다 설·추석 명절 두차례와 분기별로 농산물 판매 문자를 한해 수만건씩 보냈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곡성 옥과면장 [곡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처음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요령이 없어 5천여명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내다 보니 한번 보낼 때마다 열흘이 꼬박 걸렸고, 20만원씩 청구되는 문자 요금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연로한 농민에게 주문을 받고 상품 대금을 받고 택배까지 부치는 일을 맡길 수 없어 김 면장은 개인 시간을 쪼개 대신 일을 처리해주기도 했다.
가끔 고향의 정으로 덤으로 얹어준 2등급 상품을 두고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오해까지 벌어져, 김 면장을 고객들의 불만을 풀어주는 '고객센터' 역할까지 했다.
김 면장의 홍보에 대한 소문이 지역에도 퍼져 해마다 판매하는 농산물 가짓수도 늘어나, 지난해에는 3~4천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했다.
김정섭 면장은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며 바깥에서 바라보는 곡성의 이미지가 어떤지 알게 됐다"며 "손에만 쥐고 있던 소중한 인연 곡성을 알리는 일을 1년여 남은 공직생활에도 계속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9/19 15:14 송고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190919109900054?input=1195m